사설

해외 IT 공룡 횡포는 커지는데 국회에 발묶인 구글방지법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 경제전망 2020’을 보면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광케이블 비중, 모바일 데이터 이용량,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 등에서 1위였다. 정부는 2030년쯤으로 예상되는 6세대 이동통신(6G)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5년간 22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23일 내놨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프라가 일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배불리기에 이용되는 게 현실이다.

국내 네트워크 트래픽의 25.9%를 차지하는 구글은 정작 망 사용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한국 기업 네이버는 트래픽이 1.8%지만 연간 1000억원 가까운 사용료를 낸다. 형평이 맞지 않는다. 최근 사진 저장 서비스 구글포토는 15GB 이상 사용자에게 돈을 받기 시작했고, 내년부터는 대용량 저장 서비스도 사실상 유료로 바꾼다. 당초 무료라며 가입을 유도한 구글은 사용자가 서비스에 길들여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유료로 전환하는 꼼수를 쓴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자사 구글플레이 시스템만을 이용하도록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결제액의 15~30%를 수수료로 떼기로 했다.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를 웹툰과 웹소설 등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구글이 갑질을 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면 수수료와 콘텐츠 가격이 크게 오르고, 사업자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토론회에서 “구글의 앱 수수료 인상으로 2025년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 감소 규모는 5조3000억원이 넘고, 1만8220명이 직업을 잃게 된다”고 밝혔다.

구글의 갑질을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1년 가까이 국회에 묶여 있다. 여야가 법 개정에 합의해놓고도 계속 미룬 탓이다. 최근에는 교통방송 감사청구권 상정을 놓고도 파행을 거듭했다. 구글의 인앱결제 시행까지는 이제 3개월이 남았다. 여야는 국내 업계와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속히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인터넷 인프라는 국내 소비자와 개발자가 누려야 할 편익이다. 규제의 빈틈을 이용해 해외 기업이 맘대로 행동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인앱결제가 경쟁을 방해할 소지는 없는지 따져보고 시장질서를 바로 세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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