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거돈 징역 3년형, 권력형 성폭력 근절 계기돼야

부하 직원을 성추행해 시장직에서 물러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는 29일 오 전 시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이 사건은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월등히 우월한 지위에 기인한 것으로, 권력에 의한 성폭력에 해당한다”며 강제추행·강제추행 미수·강제추행치상·무고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경종을 울린 판결로 의미가 작지 않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 부산시청 직원 A씨를 강제추행하고 한 달 후 A씨를 다시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지난해 4월엔 또 다른 직원 B씨를 집무실에서 추행하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부산시 수장이라는 권력, 범행 장소와 상황 등을 짚으며 해당 사건이 권력에 의한 성폭력임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오거돈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판결 취지는 평가하나, 양형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항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 사건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이 채 잊히기도 전에 터진 광역자치단체장의 메가톤급 성범죄로, 사회적 충격은 물론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 후폭풍도 컸다. 특히 비슷한 사건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권력형 성범죄 척결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를 드러내며 시민들에게 참담함을 안겼다.

이번 판결은 권력형 성폭력의 질긴 고리를 끊어내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무관용’이 언어적 수사에 그쳐선 안 된다. 피해자는 아직도 일터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대위에 따르면 피해자는 가해자가 전혀 반성하지 않는 데 분노하고 있으며, 원치 않는 합의를 가해자 측에서 시도하는 바람에 2차 피해까지 겪었다고 한다. 선고 전날 피해자는 “사건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어떻게든 형량을 줄이려고 꼬리 자르기를 하는 모습에 소름이 끼친다”고 밝혔다. 상급심에서는 이러한 정황까지 세심하게 살펴 합당한 판결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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