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 높인다며 끝까지 증세는 꺼내지도 못한 문재인 정부

정부가 ‘2021년 세법개정안’을 26일 발표했다. 세제개편 취지로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와 경제회복의 뒷받침, 중소기업과 취약계층 지원, 과세형평성 제고 등을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세제개편이란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마련 등 급증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할 과세기반을 확충하기는커녕 감세 기조로 돌아섰다.

개정안을 보면, 세수 감소 규모는 내년 1조2000여억원 등 5년간 총 1조5050억원이다.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지원 강화에 따른 세액공제가 1조1600억원, 저소득층 지원인 근로장려금(EITC) 소득상한금액 인상 2600억원 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전체 세금 감면의 약 60%가 대기업에 집중되며 조세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제대로 된 과세기반 확충, 조세지출 개혁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가 세원 확보나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해 세입기반을 다지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급증하는 복지 재원의 충당과 재정적자 확대 대응, 사회적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 ‘사회연대특별세’까지 발의되는 게 현 상황 아닌가. 코로나 시대에 재정지출 요인이 늘어날 것이 뻔한데도 감세 기조는 무책임하다.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이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부자 증세’를 추진 중이고,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도 코로나19 대응과 불평등 완화를 위해 ‘부자 증세’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국제적 흐름과도 역행한다. 재정지출 확대가 요구되는 차기 정부에 부담을 안기는 것이기도 하다. 양극화를 완화하겠다며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등 자산과세를 외면하거나, 일몰될 86개의 조세지출 항목 중 외국인 과세특례 등 54개를 연장한 것도 비판받을 대목이다.

세법개정안에는 물론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들도 있다. 근로장려금 확대나 조세회피 대응책, 가상통화 관리 강화, 세금계산서 제도 개선, 전 국민 고용보험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반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조차 무책임한 감세 기조로 빛이 바랬다. 정부와 여당은 “조세 분야 국정과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용두사미 격 조세개편”이란 지적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증세 논의를 활성화하는 한편 증세를 기반으로 하는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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