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난장판이 되고 있다. 지난주 주자들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무엇을 했느냐고 서로 힐난하더니 급기야 삼국시대 이야기까지 거론하며 지역주의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면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다”며 “제일 중요한 게 확장력”이라고 한 것이 빌미가 됐다. 이낙연 전 대표 등은 이 발언을 ‘백제불가론’으로 해석하고 맹공을 가하고 있다. “진의가 왜곡됐다”는 이 지사의 해명에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역주의 조장 발언”이라며 지속적으로 쟁점화하고 있다. 미래 비전을 논해도 부족한 터에 17년 전 사건도 모자라 1500년 전 일까지 선거전에 끌어들이는 행태에 할 말이 없다.
논란이 일자 이 지사는 26일 “누가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것이냐”며 인터뷰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가 지난해 전국적 지지를 받는 것이 대단하다고 칭찬한 것인데, 이 전 대표 측이 지역주의로 왜곡했다는 말이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지역주의 해석은 상식적 반응”이라고 맞섰다. 이 지사가 아무리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더라도 까마득히 먼 옛날 백제까지 거론한 것은 부적절했다. 호남인들의 상처를 진정 이해한다면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그런 말이나 생각이 마치 새로운 것인 양 논란을 확대한 이 전 대표나 정 전 총리 측의 행태는 더더욱 옳지 않다. 누가 봐도 발언의 취지를 꼬투리 잡아 애써 논란을 키운 뒤 지지를 얻겠다는 심산이 분명하다. 얼마 전 이 지사 측이 노 전 대통령 탄핵 때 이 전 대표의 행적을 공격한 데 대한 감정적 대응의 성격도 엿보인다. 이 지사 측은 이 전 대표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주장해 논쟁을 벌인 바 있다. 서로 민주당의 적자임을 주장해 지지세를 얻겠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서나 벌일 적자·서자 논쟁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생을 두고 지역주의와 싸웠다. 그 후예를 자처하는 민주당 후보들이 지역주의 논쟁을 벌이는 것은 자기부정이다. 민주당 선관위는 28일 후보자 간 ‘원팀 협약식’을 열기로 했다. 후보들은 미래지향적 의제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자신이 없으면 이 행사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과제가 산적한데 퇴행적인 논쟁으로 날새우는 것은 집권 여당 후보들답지 못하다. 당장, 민주당 주자들은 정책 대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