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전 경쟁 대신 대표·주자 갈등만 보이는 국민의힘 경선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와 지도부 간 갈등이 볼썽사납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신지호 정무실장이 이준석 대표 ‘탄핵’을 거론하고, 이 대표가 12일 “당대표를 지속적으로 흔드는 캠프는 본 적이 없다”고 반발하면서다.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직접 유감을 표했지만 갈등의 골은 파일 대로 파였다. 그간 이 대표가 주관하는 행사에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일부 후보가 불참하고, 중진들이 ‘이준석 리스크’를 거론하는 등 대표 비판에 가세하며 내분이 확산돼온 터다. 유력 주자들의 자질 논란에다 대표·주자 간 주도권 다툼까지 겹치며 경선 판이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갈등 양상은 백해무익하다. 우선 당대표가 주관하려는 정책토론회 등을 몇몇 주자들이 사실상 보이콧하려는 건 명분이 없다. 준비 부족 등 자질 논란이 불거질까 우려하는 것 아닌가. 이 대표도 판을 일방적으로 끌고가려 해선 곤란하다. 이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한다거나, 특정 후보와 가까워 공정한 경선관리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등의 시선을 받아왔다. 후보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갈등을 최소화함으로써 의심을 불식해야 한다. 당을 위한다며 이 대표를 흔드는 일부 중진들은 각자 지지하는 주자들을 위해 행동하는 것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유력 후보들의 준비 부족이 상상 이상이라는 데 있다. 최 전 원장이 지난 11일 강연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나. 국민의 삶을 정부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게 북한 시스템”이라고 한 게 대표적 사례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는 상식도 없이 대선 판에 뛰어들었다는 말인가. 오죽하면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이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책임지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 나왔느냐”고 비판하겠는가. 최 전 원장은 논란이 일자 “정부의 역할은 모든 국민이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과 여건을 만드는 것이고 혼자 일어서기 힘든 계층을 확실하게 지원하는 것”이라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발언할 때마다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면 그건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문제다.

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 승리와 지지율 상승이 스스로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님을 새겨야 한다. 여권의 무능과 위선, ‘내로남불’에 분노한 민심이 잠시 쏠린 결과일 뿐이다. 현재 모습대로라면 언제든지 다시 버려져도 이상할 게 없다. 대선 승리를 원한다면 ‘반문재인’ 구호를 넘어,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지 구체적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쓸데없는 기싸움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 그것이 주권자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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