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년 만에 최대폭 오른 집값, 갈지자 정책 탓 아닌가

8월 전국의 집값이 1.50%, 수도권의 집값이 1.88% 오르며 14년8개월 만에 월간 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29일 나왔다. 전셋값 상승도 전국적으로 계속돼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시름이 깊은 서민들에게 주택난까지 가중되는 암담한 상황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공언과 달리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는 등 정부·여당의 ‘오락가락 행보’가 빚어낸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KB국민은행의 부동산 플랫폼인 KB리브부동산이 내놓은 ‘월간 KB주택시장동향’을 보면, 전국과 수도권의 8월 주택 매매가격은 2006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셋값도 수도권은 물론 전국 광역시에서 모조리 올랐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향후 집값 상승이 이어질 거란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가 7월 123에서 8월 125로 상승한 것이다. 전세난 우려도 여전했다. 이쯤되면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과연 있기는 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집값 과열에 대한 경고를 남발할 뿐, 정작 시장에 약발이 먹히는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발표한 대책들도 ‘땜질 처방’에 그쳐,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를 방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가계부채 관리를 시작했지만 집값 안정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집값 폭등은 무엇보다 정부가 ‘갈지자 정책’으로 신뢰를 잃은 탓이 크다. 집값 하향 안정화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모자랄 판국에 집권여당은 오히려 종부세를 완화해주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종부세법 개정안은 과세 기준선을 공시가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려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세금을 크게 깎아주는 내용을 담았다. 집값 상승을 막는 안전판으로 불리는 종부세의 완화는 정부의 집값 안정화 의지가 말뿐임을 보여준다. ‘버티면 이긴다’는 씁쓸한 속설만 확인시킬 따름이다. 실제 KB리브부동산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4대책 이후 집값 상승폭이 줄어들다가 종부세 완화 논의가 본격화한 6월부터 다시 오름폭이 커졌다. 정부·여당이 신뢰를 되찾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