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되풀이되는 현장실습생 참변,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현장실습을 나간 전남 여수의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이 잠수작업 중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잠수 관련 자격증이 없는 학생이, 감독하는 사람도 없이 혼자 깊은 바닷속에서 작업하다 참변을 당했다. 그것도 실습협약서상엔 있지도 않은, 요트 바닥에 붙은 해조류 등을 제거하는 작업 중이었다고 한다. A군은 요트에 탑승하는 관광객에게 식사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안전 안내 등을 배우기로 돼 있었지만, 실습 목표와 전혀 무관한 위험 작업에 투입됐다가 목숨을 잃었다. 참담하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지난 6일 한 요트 정박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정황이 ‘인재’였음을 가리키고 있다. 현장실습생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들은 문서상에만 있을 뿐 실제로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우선 A군은 만 17세로, 잠수작업 지시 자체가 위법이다. 근로기준법상 잠수작업은 18세 미만인 사람이 하기에 부적합한 ‘사용금지 직종’으로 분류돼 있다. 업체와 학생, 학교장이 맺은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도 잠수작업은 만 18세 미만 금지 위험 작업으로 분류돼 있다. 설사 A군이 18세 이상으로 잠수작업이 허용됐다 해도, 산업안전보건법상 2인 1조 작업 규정을 어겼다. 경찰 조사 결과, A군 작업 당시 업체 측 안전관리자는 선박 위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위험천만한 일을 시키면서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었으니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 과연 이 업체 한 곳뿐일까. 현장실습 중 사망사고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교육부는 2017년 제주 생수공장에서 혼자 일하던 이민호군이 기계에 몸이 끼이는 사고로 사망한 이후 안전대책을 강화한 ‘학습중심 현장실습’ 대책을 내놨지만 유명무실했음이 이번 사고로 드러났다. 2019년 1월 실습 참여 기업을 늘리고 고졸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규제를 일부 완화한 것이 화근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현장실사 횟수를 4차례에서 2차례로 줄였는데, 학생 안전을 뒷전으로 미뤘다는 지적이 이미 나왔다. 업체와 당국의 관리부실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고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아울러 영세사업장을 참여 기업에서 배제하고 현장실사를 강화하는 등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실습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면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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