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죄에는 시한 없음’ 확인한 노태우 국가장·파주 안장 결정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가 오는 30일까지 닷새간의 국가장으로 치러진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장례위원장을 맡고 정부가 영결식과 안장식, 빈소 설치·운영과 운구를 주관한다. 장례기간 공공청사에는 조기를 걸고 분향소도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장지는 국립묘지가 아닌 다른 곳으로 정했다. 유족 측은 파주 통일동산을 원하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심의·결정한 국가장과 달리 금고 이상 실형이 확정된 자의 안장을 금지한 국립묘지법이 적용된 것이다.

고인의 빈소에는 여야 대선 주자와 지도부, 사회 각계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광주시는 조기나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5·18단체와 광주시민들은 이런 예우도 과하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12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다. 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보내 간접 조문했다. 이처럼 엇갈린 예우는 ‘직선 대통령’의 공적을 평가하면서도 ‘내란·수뢰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이는 시민들의 뜻을 반영한 결과다.

현행 국가장법은 ‘국가·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 추앙을 받는 사람’(1조)을 대상자로 하고, 전·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가 서거하면 적용하도록 정했다. ‘중대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없어 노 전 대통령이 국민 추앙을 받는 사람이냐는 반론이 나왔다. 이런 시비는 전두환·이명박·박근혜씨에 대해서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국가장법은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국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김구 주석 등 14명이 치른 ‘국민장’을 2011년 통합한 것이다. 국회에는 지금 국립묘지법처럼 국가장도 ‘유공자 예우 기준’에 따르자는 ‘전두환 국가장 배제법’이 제출돼 있다. 차제에 국민적 공론을 모아 모호한 관련 규정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하기로 결정한 데는 “용서를 빈다”는 그의 유언장과 아들 재헌씨의 5·18 대리 사과, 추징금 완납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작용했다고 본다. 전직 대통령들은 국가장 시비를 계기로 역사적 사죄엔 시한이 없음을 새겨야 한다. 특히 5·18 진실에 대한 고백도 추징금 납부도 거부하는 전두환씨는 더더욱 각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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