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과 하이닉스 반도체, 고객 정보만 빼고 자료 제출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객 관련 기밀정보를 제외한 반도체 자료를 9일 미국 상무부에 제출했다. 삼성전자 측은 “고객 정보는 미 상무부와 협의를 거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이 빚어졌던 지난 9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파악하겠다며 반도체 생산 주요 기업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내역은 반도체 재고와 주문 내역, 제작 장소, 고객 리스트 등 26개 항목에 이른다. D램 반도체 생산 세계 1, 2위인 삼성과 하이닉스를 비롯해 전 세계 약 70개 기업이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청 자료에는 기밀 수준의 민감한 내용이 많아 일부 기업이 반발하기도 했지만, 미국의 압력을 이겨낼 수 없었다.

고객 정보 없는 자료를 미국이 어떻게 판단할지 알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추가 압박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자료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추가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의 최근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공급망 파악을 명분으로 한 반도체 자료는 미국에 대한 반도체 공급 확대와 중국 견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그러려면 보다 구체적인 고객 정보가 필요하다. 실제로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이날 “미국이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기밀 정보를 빼앗은 것은 명백한 약탈”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정보를 손에 쥔 미국이 중국 시장과 기업을 분석해 약점을 공략하려는 포석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자료 제출 이후가 더 중요해졌다.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고객에 대한 보다 상세한 자료를 요구하고, 중국이 반대하는 진퇴양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가장 큰 고객이다. 관세청 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은 43개국에 D램 190억2662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 가운데 중국이 75.4%인 143억4579만달러어치를 사갔다. 올해 들어서도 9월 말까지 중국은 한국에서 D램 126억2613만달러어치를 수입해 전체의 69.3%를 차지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날 미국으로 출국해 러몬도 장관과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기업만으로서는 대처하기 힘든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통상 부처뿐 아니라 외교채널을 모두 동원해 합리적인 대응책을 도출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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