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준비도 안 해 놓고 방역패스 시행한 정부, 방역 신뢰 얻겠나

방역패스 의무화 이틀째인 14일 점심시간에 서울시내 식당에서 한 시민이 접속 장애로 QR코드 화면을 불러오지 못하는 휴대전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패스 의무화 이틀째인 14일 점심시간에 서울시내 식당에서 한 시민이 접속 장애로 QR코드 화면을 불러오지 못하는 휴대전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패스 의무화 시행 이틀째인 14일에도 접속 장애에 따른 혼란이 재연됐다. 점심시간인 낮 12시 전후로 일부 앱의 전자예방접종증명(QR코드) 발급이 되지 않아 시민들이 재차 불편을 겪었다. 전날 질병관리청 시스템 과부하로 먹통이 발생해 정부가 긴급 조치를 취했는데도 문제가 개선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방역패스 미확인 사례에 따른 과태료 부과 등은 이날도 시행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억제하기 위한 특별대책이라고 내놓은 방역패스 제도가 처음부터 삐걱대고 있다. 정부 방역대책에 대한 불신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방역패스 먹통·장애는 정부의 준비 부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방역패스가 본격 시행되면 적용 대상 시설인 식당·카페 등에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 접속이 폭주하리라는 것은 예상된 바이다. 당연히 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게다가 정부는 일주일 동안의 계도 기간까지 두었다. 그사이에 무엇을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 7월에도 백신접종 예약 시스템이 연일 불통돼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예견된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날 김부겸 총리가 사과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부의 준비 부족은 이것뿐이 아니다. 정부가 청소년 백신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한 ‘학교로 찾아가는 접종’도 현장 준비가 미흡해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당초 15일부터 학교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일선 보건소와 개별 학교 간 협의가 끝나지 않아 다음주부터나 시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가장 시급한 청소년 백신 접종이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내년 2월 청소년 방역패스를 도입하겠다고 했다가 최근 준비 부족이 지적되자 다시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학부모와 학생들이 백신 접종에 불안해하고 있는데 방역 당국까지 오락가락하니 맘 놓고 접종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이날 처음 900명을 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에 있다. 하루 사망자도 역대 최다인 94명에 달해 100명에 육박했다. 병상 부족 등 의료체계 붕괴가 사실상 시작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엄중한 시기에 정부 대책이나 조치가 우물쭈물하거나 미진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조치는 이미 다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방역패스 시행이 이틀째 혼선을 빚었는데도 준비돼 있다는 말만 하니 답답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면밀한 준비로 차질 없이 방역 조치를 적기에 실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시민들이 정부의 조치를 믿고 따르며, 궁극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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