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의 수능 출제 오류 인정, 재발 방지책 마련해야

서울행정법원이 15일 출제 오류 논란을 빚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정답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 문항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항소를 포기하고 해당 문항을 전원 정답 처리하기로 했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출제자는 수험생들이 논리성·합리성을 갖춘 풀이 방법을 수립해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경우 정답을 고를 수 있도록 문제를 구성해야 한다”며 “(해당 문항은) 조건대로 계산하면 동물 개체 수가 음수로 나타나는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어진 지문을 바탕으로 선택지의 진위를 가리는 해당 문항은 지문 자체 오류로 수능 직후부터 논란이 거셌다.

문제는 평가원이 이 사태를 자초했다는 점이다. 평가원 스스로 문항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이상 없음’ 결론을 내리며 버텼다. 이의 신청이나 검증 과정에서 오류를 바로잡으면 될 것을 억지 궤변으로 꿰맞추려다 일을 키운 것이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출제 오류를 덮으려는 듯한 태도였다. 평가원은 ‘이상 없음’ 결정 과정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자문 논란이 일었고, 평가원 소속 직원이 임원으로 있는 학회 두 곳을 포함, 3곳에 자문을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셀프 검증’ 의혹까지 낳았다. 대형 로펌을 동원해 소송전에 나섰고, 소송 이후 패소 가능성에는 대비하지 않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보다 못해 서울대학교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이며 의과학과장인 김종일 교수가 명확한 오류임을 지적했고, 관련 분야 세계 최고 석학인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도 트위터에 해당 문항의 ‘수학적 모순’을 지적하는 글을 올려 한국의 수능은 국제적인 망신까지 사게 됐다.

이번 사태로 평가원의 공신력은 결정적으로 손상을 입었다. 평가원은 이날 새로운 평가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당장은 입시 관련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수험생들의 이해가 엇갈리거나 수시 일정 일부 변경으로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교육당국은 촉박한 시간으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향후 진행되는 입시 관리 전반에 보다 철저히 임해야 한다.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함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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