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장비 없이 홀로 작업하다 감전사한 한전 하청 직원

3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홀로 전신주 작업을 하다 2만V(볼트)가 넘는 특고압 전류에 감전돼 숨졌다. 김용균씨 죽음 이후 3년이 흐른 지금도 전력·발전 공기업의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으면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4일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따르면, 한국전력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38세 김다운씨는 지난해 11월5일 감전사고로 중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사고 당시 김씨는 10m가 넘는 전봇대에 혼자 올라가 전선 연결작업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층 전기작업을 할 경우 2인1조에 활선차를 써야 한다는 안전규정이 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김씨는 활선차가 아닌 소형트럭을 타고, 절연장갑이 아닌 일반 면장갑을 낀 채 작업했다고 한다. 김씨는 올봄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입사 10개월차 청년의 죽음 앞에서 원청인 한전은 하청업체에, 하청업체는 김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하청업체 관계자는 “13만5000원짜리 단순공사라 문제가 없다”고 했다는데, 노동자의 생명보다 비용 절감을 앞세우는 발상에 절망한다.

지난해 한전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는 8명으로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다. 2020년까지 5년간 추락 또는 감전으로 숨진 한전 노동자는 32명인데 이 중 31명이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산재를 당한 하청 노동자는 원청 직원보다 9배 많은 153명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들에 싼 비용으로 떠넘기곤 책임은 묻지 않는다. 전력·발전 공기업들이 사망사고를 낸 하청업체들과 2016년 이후 공공계약을 한 금액은 총 5조8217억원에 달한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 사망사고를 낸 하청업체 역시 260억원 넘게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한전 지사장과 하청업체 관계자를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여야는 한목소리로 애도하며 재발 방지 노력을 약속했다.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는 발주자인 원청 기업에 대한 처벌조항이 빠져 있다. 이번과 같은 사고가 나도 하청업체만 처벌받는다는 말이다. 정치권은 원청의 하청 노동자 관리 책임을 더 엄중하게 묻고, 죽음의 외주화를 멈추겠다고 다짐했다. 빈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산재 책임을 더욱 확실하게 묻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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