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옷 벗기기 게임이 15세용이라니, 게임 등급분류제 손질하라

여성 캐릭터의 옷 벗기기 게임이 ‘15세 이용가’ 등급으로 유통되다 논란이 일자 뒤늦게 판매를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게임의 선정적 내용도 문제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왜곡된 인식을 청소년들에게 심을 수 있어 개탄할 일이다. 지난해에도 유사한 일이 일어난 데다 재발 가능성도 높아 게임물 등급분류 전반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제가 된 게임은 지난달 출시돼 구글플레이에서 판매된 모바일 게임 ‘와이푸’(Waifu)다. 이용자가 여성 캐릭터와 가위바위보를 해 이기면 캐릭터의 옷이 하나씩 없어지는 식이다. 이런 게임이 어떻게 중·고생도 이용 가능한 등급으로 분류·유통됐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선정성 비판이 높아지자 구글은 지난 4일 검색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다운로드한 경우 여전히 이용할 수 있고, 누적 다운로드가 100만회를 넘긴 후다. 2020년에도 소아성애 내용의 게임이 ‘15세 이용가’ 등급으로 구글을 통해 유통돼 파장이 일었다. 앱마켓 게임물의 등급분류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유통사인 구글, 게임물 등급을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있다. 물론 개발사의 사회적 책임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물 등급은 구글플레이 등 앱마켓이 각사의 심의기준에 따라 자체적으로 정한다. 게임위가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게임 심의체계인 ‘자체등급분류’ 권한을 일임하고 있어서다. 물론 ‘와이푸’도 구글이 자체적으로 등급을 심의·유통했기에 등급분류에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구글이 책임을 통감한다면 심의기준을 공개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자율성을 부여받은 만큼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각성을 촉구한다.

게임위는 제도 운용·관리 부실이라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한 해 100만건 이상의 게임이 출시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앱마켓에 자체등급분류 권한을 넘긴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 더욱이 게임위는 유사한 일로 지난해 공식 사과까지 했다. 그동안 대책 마련에 손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체부와 게임위는 이번 사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관리, 업체들의 교육과 모니터링 강화 등 관련 제도 보완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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