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장애인 혐오 지우고 이동권 등 실질적 대책 마련해야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간담회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간담회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이어져온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넉 달 만에 멈췄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장애인 권리 예산 요구안을 검토키로 했다”며 “다음달 20일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고 릴레이 삭발투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공을 넘겨받은 정치권이 국가의 책무를 되짚어볼 때다.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사망사건 이후 장애인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2005년 국회에서 교통약자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은 2020년 평균 28.4%로 목표치 40%대를 크게 밑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시외버스는 전무하다. 서울지하철 엘리베이터 보급률은 90%가 넘지만, 당초 2004년까지 100% 보급하겠다던 목표에는 못 미치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가 부족한 지역에선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장애인콜택시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지만, 숫자가 부족해 이용자가 1시간 넘게 기다리기 일쑤다.

이동권은 단순히 움직일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일도, 공부도, 연애도 이동권 없이는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에게 기본권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은 정치의 책임이다. 또한 약자의 외침에 귀 기울이는 것은 정치의 의무다. 그럼에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정치의 책임과 의무를 방기한 채 장애인 지하철 시위가 ‘시민을 볼모’로 삼는 ‘비문명적’ 행태라며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그런 그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공동체의 감각을 일깨운 것은 웃지 못할 역설이다. 혐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전장연에 기부하는 ‘입금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자와의 동행을 약속해온 만큼,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우선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교통약자법 개정안에서 시행령을 고치는 길이 있다. 장애인콜택시의 경우 각 시·군·구에서 담당하는 이동지원센터 운영비를 중앙정부가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어려움 없이 탈 수 있는 시내·시외버스 확보에도 충분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이는 국내 120만 지체장애인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고령자와 임신부 등 수많은 교통약자를 부축하는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차기 정부 10대 인권과제’를 발표하며 첫 번째로 ‘혐오·차별 극복과 평등사회 실현’을 꼽았다. 특히 ‘혐오표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 차원의 선언을 촉구했다. 윤 당선인은 인권위 권고를 경청하고,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 내부의 ‘소수자·약자 혐오’ 흐름과 분명히 선을 긋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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