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협치·책임내각 앞세운 한덕수 총리 지명자, 문제는 실천이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소회와 국정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소회와 국정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73)가 3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를 지낸 한 지명자는 김종필(박정희·김대중 정부), 고건(김영삼·노무현 정부) 전 총리에 이어 보수·진보 정권에서 두 차례 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세 번째 인물이 됐다. 그는 “영광스러우면서도 무겁고 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와 민생·경제·외교안보 난제를 헤쳐가야 할 엄중한 시기에 내각을 총괄하는 헌법상의 중책이 그에게 맡겨졌다.

한 지명자는 국정 경험이 풍부하다. 김영삼 정부의 산업부 차관, 김대중 정부의 주OECD 대사와 청와대 정책기획·경제수석, 노무현 정부의 국무조정실장·경제부총리·총리, 이명박 정부의 주미대사, 박근혜 정부 시절 무역협회장과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역임했다. 미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장도 지낸 그는 이론·실무에 밝은 경제·통상 전문가이고, 직접 외교무대에서 뛴 경험도 갖고 있다. 역대 다섯 정부에서 쌓은 경험이 윤석열 정부 첫 총리로 발탁된 밑거름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낙연·정세균·김부겸으로 이어진 정치인 총리 시대도 다시 경제·관료형 총리로 복귀했다. 한 지명자로선 9개월 전 정치에 입문하고 공직도 검사 26년이 전부인 윤 당선인의 짧고 단조로운 국정 경험을 보완해주는 시대적 역할도 맡게 됐다.

한 지명자는 총리 취임 후 주력할 네 가지 국정방향으로 국익중심 외교와 자강 안보, 재정건전성, 국제수지 흑자, 생산력이 높은 국가를 제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화시킨 민생·물가·저출생·고령화 문제와 지정학적인 안보·공급망·에너지 위기를 넘을 나름의 타개책을 내놓은 것이다. 윤 당선인은 한 지명자의 장점으로 “정파와 무관한 실력과 전문성”을 꼽았다. ‘윤석열표’ 의제를 상징하거나 개혁하는 인물보다는 ‘관리형 총리’로 더 주목했을 수 있다. 사회적 이해관계와 정책을 조정하고, 당리당략을 넘어 국정의 효율성·안정성을 높이는 책무이다. 반대로 시대적 갈등을 풀어내는 돌파력과 외풍을 막아주는 소신을 보여주지 못하면 역사 속에서 봐온 ‘대독·그림자·올드보이’ 총리가 될 수도 있다.

국정 운영 방법론으로 그가 내세운 것은 협치와 책임내각이다. 한 지명자는 “협치가 정책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를 민주주의 핵심이자 국가 생산성을 높일 과제로 매김한 것이다. 그러나 협치는 일방의 요구로 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국론이 갈려 있고, 172석 민주당이 반대하는 법개정을 피해 훈령으로 검찰권을 강화하려는 임시방편은 정국 경색을 부를 것이다. 책임내각은 청와대에 집중된 권한을 나누는 책임총리제와 부처 인사권을 쥐고 잘못된 국정·비리는 문책하는 책임장관제를 합친 것이다. 과거에도 논의됐지만, 청와대가 인사를 주도하고 만기친람하면서 공전하거나 착근하지 못했다. 협치와 책임내각 모두 윤 당선인과 한 지명자의 의지와 실천에 달려 있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서 한 지명자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정의당은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 경력이 아니라 미래 비전과 해결 능력”이라고 했다. 대선 때 뚜렷한 국정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윤 당선인이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한 지명자가 무겁게 새길 얘기다. 야당은 도덕성·정책 검증에 추상같이 임하고, 한 지명자는 윤석열 정부의 비전 제시와 소통에 솔선하며 국민적 평가를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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