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양성 부족하고 논공행상 성격 짙은 ‘윤석열 내각’ 인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 인선을 발표한 뒤 원 내정자가 인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 인선을 발표한 뒤 원 내정자가 인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첫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기재부를 포함해 장관이 내정된 부처는 국방·국토교통·산업통상자원·과학기술정보통신·보건복지·문화체육관광·여성가족부 등 8곳이다. 윤 당선인은 “해당 분야를 가장 잘 맡아 이끌어줄 분인가에 기준을 두고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8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대선캠프 출신이거나 윤 당선인과 개인적 인연을 맺어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별·세대·지역적 다양성이 부족하고, 일부 인사의 기용은 논공행상 성격이 짙어 보여 아쉽다.

이날 발표된 8명 중 여성은 1명, 그것도 윤 당선인이 폐지를 공약한 여가부 장관 내정자(김현숙)뿐이다. 연령별로는 60대 5명, 50대 3명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30대 장관이 여럿 나올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55세 이하는 전무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3명, 경남 2명, 서울·충북·제주 각 1명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북 출신이긴 하나, 장관 내정자 중 호남이 보이지 않는다. 인수위 구성 당시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이란 지적이 나왔는데, 내각 인선 과정에서 유사한 논란이 초래된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내정자는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용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주지사 때 ‘제주형 스마트시티 건설’ 등을 추진했다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고 인화성이 큰부동산 정책의 책임자로 전문성을 갖췄는지 의구심이 든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 내정자도 대선캠프 고문을 지냈다. 기자 시절 정치 분야를 주로 담당했던 박 내정자가 ‘K콘텐츠’ 주무 장관에 걸맞은 비전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호영 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윤 당선인의 오랜 친구로 알려져 있다.

여가부 장관에 내정된 김현숙 전 의원은 부처 개편 시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예단하기 어렵다”며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야당과 화합하고 미래를 열 수 있는 새로운 부처로 갈 수 있도록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허언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과 별개로 김 내정자는 취임하게 되면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 간판만 내리고 그만둘 생각이라면, 차라리 지금 내정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

10개 부처 장관 인선이 남았다. 윤 당선인은 2차 인선에선 성별·세대·지역 등에서 통합의 정신을 살려야 한다. 내각이 국가의 인구사회학적 구성을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지만, 이와 ‘닮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통합은 시대적 당위이자 요구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윤 당선인은 따를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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