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4일 전격적으로 만찬 회동을 했다. 만찬에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공동정부’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인선을 둘러싸고 커져가던 양측의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이 장기화해 공동정부 무산 사태로까지 이어질 경우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 모두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현실적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다.
앞서 안 위원장은 내각 인선 과정에서 자신이 추천한 인사가 배제된 데 반발하며 예정됐던 행사에 불참하는 등 공식 활동을 중단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대선 막판 안 위원장과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이 인수위원장을 맡은 것 외에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과학기술과 보건·복지, 중기벤처 담당 부처의 장관 후보를 추천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을 더 키운 것은 윤 당선인의 인식이다. 윤 당선인은 기자들이 안 위원장과의 갈등에 대해 질문하자 “좀 이해가 안 된다” “(안 위원장과의 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능력 위주로 장관을 뽑다보니 안 위원장이 추천한 사람은 쓰지 못했다고도 했다.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발언이다. 윤 당선인은 40년 지기인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이후 정 후보자의 아들과 딸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심복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 또한 검찰을 손아귀에 쥐려는 의도로 해석돼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결국 자신의 측근 기용을 우선시한 것 아닌가. 이 같은 윤 당선인의 태도 때문에 윤·안 공동정부 구상이 어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안 위원장이 인수위원장 사퇴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두 사람이 이날 저녁 회동하면서 파국을 면하고 갈등 봉합의 계기를 맞았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향후 있을 차관급 인사나 공공기관장 인선 과정에서 안 위원장 측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공동정부 구상은 다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결국 공동정부가 무사히 출범하고 순항할지 여부는 윤 당선인의 태도에 달렸다. 윤 당선인은 선거 이후 국민통합을 강조해왔다. 국민을 향해 공개 약속한 공동정부 구상도 못 지키면서 국민통합을 이뤄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최고 권력자는 국민과의 약속을 무겁게 여겨야 한다. 이는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도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