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대전과 충북 청주 등을 방문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충청지역에 간 윤 당선인은 전날엔 충남 아산·천안·홍성·예산·대전 등을 찾았다. 윤 당선인은 대구·경북(11~12일)을 시작으로, 호남(20일), 부산·울산·경남(20~21일), 경기 성남(25일), 인천(26일) 등 전국을 돌고 있다. 이번 주말엔 강원지역을 방문한다. 윤 당선인 측은 “유권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역을 돌며 발전공약을 상기시키고, 6·1 지방선거에 나서는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까지 만나는 일은 감사 인사 차원을 넘어선다. 윤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선거중립 위반 소지가 있는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윤 당선인은 지역을 도는 내내 선거를 염두에 둔 듯한 언행을 했다. 이날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을 찾은 윤 당선인은 “공정한 선거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세세하게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선거 과정에서 청주시민과 충북도민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하나하나 반드시 잘 지키겠다”고 말했다. 전날엔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지사 후보를 곁에 세워두고 “충청의 아들”이라 했다. 저녁식사도 김 후보를 비롯한 대전·충남 지역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과 함께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와 동행해 인천 서구 공항철도 건설 현장 등을 둘러보고,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대구 자택을 방문해 ‘명예회복’을 약속했다. 이렇게 노골적 행보를 하면서도 ‘당선사례’라는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
윤 당선인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좋지 않다. 능력 위주로 뽑았다는 장관 후보자들은 각종 찬스·특혜 의혹에 휘말렸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물가는 치솟고,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도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당선인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43%)는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45%)보다 낮게 나타났다. 윤 당선인이 무겁게 새겨야 할 대목이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윤 당선인은 더 이상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아니라, 모든 국민을 대표한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민생현안과 국민통합을 최우선에 두고 신중한 행보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