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위기 속 재정 긴축 나선 정부, 사회안전망 포기할 건가

정부가 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재정 긴축을 선언했다.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3%로 묶고, 당장 내년 예산 편성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7년까지 50%대 중반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향후 5년간 5~6%포인트 증가로 막겠다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 5년간 증가폭(14.1%포인트)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부가 재정 긴축에 나선 것은 나랏빚 증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2017년 660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11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건전 재정은 중요하다. 재정이 좋아야 경제가 안정되고,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건전 재정 정책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 상황과 민생을 고려해야 한다. 양극화와 고물가로 서민들의 고통이 크고, 코로나19와 세계 공급망 붕괴로 경제가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비상회의를 매주 열겠다고 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건전성만 강조하면 민생은 더 피폐해지고 경제도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 5년간 재정 상황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국면에서 재정 지출 확대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GDP의 15~20% 규모로 재정지출을 늘렸다. 2020~2021년 추경을 통한 한국의 재정지출 확장 규모 3.4%를 크게 웃돈다.

당국이 국가재정 관리지표를 ‘통합재정수지’에서 ‘관리재정수지’로 다시 변경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나라 살림 지표를 1년여 만에 뒤집은 것인데 적자 규모를 60조원 늘리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통합재정수지가 국제 기준에 맞지만, 재정건전성을 좀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되는 차원에서는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운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었을 뿐 경제 환경은 그대로인데 공무원들의 논리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불필요한 재정지출은 당연히 줄여야 한다. 그러나 재정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 해소의 근본 해결책은 증세다. 재벌·대기업의 법인세와 부동산 부자들의 종부세를 깎아주면서 재정 긴축을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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