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 번째 헌재 심판대 오른 사형제, 이번엔 반드시 폐지돼야

헌법재판소가 14일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존속살해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은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이다. A씨는 이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헌법소원 청구인 측은 “생명은 절대적 가치이므로 법적 평가를 통해 박탈할 수 없다”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응보(응징과 보복)적 정의와 범죄의 일반 예방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생명권 제한도 가능하다”고 맞섰다. 헌재는 향후 평의를 거쳐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을 선고한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이후 25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법과 제도로서의 사형제는 사라지지 않고 온존한다. 사형제가 헌재 심판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1996년과 2010년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내용은 달랐다. 1996년엔 재판관 9명 중 7명이 합헌 의견을 냈지만, 2010년엔 9명 중 5명만 합헌 쪽에 섰다. 또 이들 5명 중 2명은 국회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렀다. 국제사회에서 사형제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연석회의’에 따르면 193개 유엔 회원국 중 145개국이 법률적·실질적으로 사형을 폐지했다. 유럽연합(EU)은 사형제를 유지하는 나라를 회원국으로 받지 않는다. 사형제 폐지 여부는 한 국가가 인권국·문명국인지 판단하는 핵심 지표가 됐다.

사형제를 보는 국내 인식도 달라졌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형벌을 도입할 경우 사형제 폐지에 동의한다는 시민이 66.9%에 이르렀다. 정부도 2020년 75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기독교·천주교·불교·원불교 등 7대 종단 지도자들은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범죄를 저질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이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참혹한 형벌로 똑같이 생명을 빼앗는 방식을 국가가 선택해선 안 된다”며 위헌 결정을 촉구했다. 국가의 임무는 피해자 가족을 대신한 보복에 있지 않다. 유가족을 재정적·심리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그들이 고통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이 제시된 터다. 헌재는 이번에는 사형제가 위헌임을 선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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