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조선 협상 타결, 조선업계 하청구조 개선 이어져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타결된 22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타결된 22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51일째를 맞은 22일 노사 협상이 타결됐다. 하청 노사는 올해 임금을 4.5% 인상하는 데 합의하고, 핵심 쟁점인 파업 노동자 ‘민형사상 면책’ 문제는 추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31일간 이어진 옥포조선소 1독 점거농성도 마무리되면서 옥쇄농성을 벌여온 유최안 노조 부지회장이 마침내 0.3평 철구조물에서 나오게 됐다. 그동안 우려돼온 공권력 투입의 파국을 면하게 돼 다행스럽다. 이제는 정부와 조선업계가 파업 원인이 된 고질적 하청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설 때다.

파업은 지난달 2일 노조가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회복(30% 인상)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달 15일 재개된 교섭의 막판 쟁점은 사측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결국 이 문제를 두고는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파업이 종료됐다. 노사 양측이 어렵게 협상을 타결한 만큼 사측의 전향적 자세가 요구된다. 노동자에게 파업에 따른 기업의 손실 배상 책임을 묻는 행태는 그간 현대자동차·한진중공업 등에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해왔다. 이번에 노조가 당초 임금 인상 요구에서 대폭 물러서게 된 것도 손배소 부담 때문으로 짐작한다. 노조에 대한 손배소를 제한해 노동3권을 보호하는 ‘노란봉투법’ 제정을 국회가 서둘러야 할 이유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드러난 조선업계의 고질적 하청구조 문제도 되짚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조선업계에 다단계 하청이 고착화되면서, 20년 넘는 경력자의 임금도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조선업 불황 때마다 하청노동자의 임금 삭감과 대량해고는 반복돼왔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파업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노동자들이 등돌린 열악한 현장에선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치고 세계 수주 1위를 되찾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파업 초기에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가 사태를 키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사 협상 분위기를 촉진하는 대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업 종료 직후 법무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장관이 공동 브리핑을 열고 “불법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우려스럽다. 노사 합의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정부가 강경 대응을 예고하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정부는 갈등 조정자로서, 산업정책 집행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앵무새처럼 “법과 원칙”만 외쳐서는 조선산업을 정상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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