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무 개입 않는다던 윤 대통령, “내부 총질” 입장 밝혀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듣던 중 “내부 총질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여당이) 달라졌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듣던 중 “내부 총질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여당이) 달라졌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여당이) 달라졌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 메시지는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권 대행 휴대전화 텔레그램 화면이 사진기자에게 포착되며 공개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이준석 대표 징계를 앞두고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표를 겨냥한 “내부 총질 당대표”란 표현을 보면 ‘윤심(尹心)’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대표 중징계가 윤 대통령 의중에 따라 ‘윤핵관’ 주도로 이뤄졌을 개연성이 짙어졌다.

이 대표의 성비위 의혹은 규명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공당 대표에 대한 징계가 특정인 의중이나 권력투쟁의 일환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윤핵관들이 이 대표를 ‘찍어낸’ 게 사실이라면 국민의힘은 공당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당대표” 문자에 권 대행이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한 것도 어처구니없다. ‘거수기 여당’이 되겠다는 충성 맹세인가. 사진이 공개된 후 이 대표는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비유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권 대행이 윤 대통령에게 보내려던 문자에 ‘강기훈과 함께’라고 적힌 것도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강씨는 극우 성향 ‘자유의 새벽당’ 창당을 주도했고,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시위하는 유튜버의 누나가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사실이 알려져 사표를 낸 바 있다. 대통령실에 극우 성향 직원들이 잇따라 채용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민생위기 해결에 24시간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대통령과 집권당 지도자가 일과시간에 ‘뒷담화’나 주고받았다니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데도 최영범 홍보수석은 “사적 대화가 노출돼 오해를 일으켜 유감스럽다”고만 했다. 권 대행은 “제 프라이버시도 보호받아야 한다”며 내용에 대해 입을 닫았다.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대행이 당대표 축출을 공모한 듯한 대화가 드러났는데, 사적 대화·프라이버시 운운하며 덮으려는 건 난센스다. 윤 대통령은 문자를 보낸 경위와 이 대표 징계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직접 밝혀야 한다. 계속 침묵하면 논란은 확산되고, 천금처럼 무거워야 할 ‘대통령의 말’은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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