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의 ‘부결 당헌’ 개정 재시도, 당당한 해법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가 지난 24일 ‘기소 시 당직 정지·당무위 구제’ ‘권리당원 전원 투표’ 내용을 담은 당헌 개정안을 부결시킨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의원 방탄용 및 강성 지지층 영향력 강화를 위한 개정안이라는 비판 속에, 통과 예상을 뒤엎고 부결되면서 이 문제는 논쟁적 사안임이 확인됐다. 그런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우상호)는 부결 이튿날인 25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권리당원 전원 투표 조항을 뺀 당헌 개정안 수정안을 의결했다. 26일 중앙위를 다시 열고 수정안을 재상정하겠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이 확인된 사안을 충분한 숙의 없이 서둘러 처리하려는 처사를 납득하기 어렵다.

원칙적으로 정당은 당원 뜻을 모아 자유롭게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중앙위 재상정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 한 번 부결된 안건은 다시 표결에 부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에 어긋난다. 비대위는 부결된 2개 조항 중 하나만 상정하기 때문에 일사부재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중앙위를 소집하려면 ‘5일 전 공고’가 필요하다는 규정을 무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당헌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오는 28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지도부가 책임지고 추진하는 게 옳다.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비대위가 서둘러 마무리지으려 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그에게 ‘셀프 개정’의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며칠 남지 않은 전당대회가 시민은 물론 당원들의 관심조차 모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터에 무리한 당헌 개정 시도로 논란을 일으켜 쇄신·비전 경쟁을 가로막는 것은 자해행위에 가깝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국정수행 지지율을 보며 안이한 생각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

민생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이를 돌아보지 않는 정치집단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혁신 방안을 모색해온 당 새로고침위원회는 25일 “우리는 40%의 핵심 지지층에 안주하다 확장성을 잃고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면서 “민주당은 기득권자들의 정당, 과거에만 집착해 갇혀 있는 정당의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자성했다. 지금 시급한 과제는 당헌 개정이 아니라, 이러한 지적을 뼈아프게 새기고 당의 체질을 개선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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