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개입 시사한 미군사령관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만 방어’ 발언 직후 미국과 캐나다 군함이 대만해협을 지나는 무력시위를 한 시점에 나온 발언이다. 대만해협의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실제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어떤 식으로든 휘말려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여서 흘려듣기 어렵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화상 강연에서 ‘주한미군사령부가 대만 침공에 대비해 한국군 지도부와 논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내 임무는 한반도를 방어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령관과 지도자들은 그 어떤 것과 관련해서도 비상계획을 세운다”고 답했다. 그는 ‘충돌 시 한국의 군사적 지원을 기대하느냐’는 물음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각자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고 한국인들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지난해 5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도 “주한미군은 (상급 조직인)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역외 우발사태나 지역적 위협에 대응하는 데 여러 선택지를 제공할 위치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그동안 주한미군을 다른 지역에서 활용하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해왔지만, 이처럼 구체적으로 대답한 경우는 없었다.

주한미군이 대만 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한국에도 중대한 문제다. 당장 한국 내 미군기지들이 중국의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 평택 기지뿐만 아니라 최근 설치된 성주 사드 기지도 포함된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밖 임무 수행은 한국이 2006년 1월 한·미 외교장관 전략대화 합의를 통해 사실상 동의한 사안이기는 하다. 다만 당시 미국은 ‘미군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했다. 이후 미·중 대립이 격화하는 등 상황이 변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대만해협의 평화’를 넣는 데 동의했다. 미국 편으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이젠 한국도 대만해협의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한국은 모든 상황을 가정하고 주한미군의 기동 방식과 개입 범위를 상세히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의 개입은 당연히 불가하며, 한국에 기지를 둔 미군의 직접 발진도 제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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