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사위 ‘패싱’하고 서해 사건 20명 수사요청한 감사원

감사원은 지난 13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이 고 이대준씨의 월북을 충분한 근거 없이 단정짓고 관련 정보를 은폐·왜곡했다는 내용의 ‘중간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20명을 직무유기·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가 국가의 최우선 책무인 만큼 이 사건의 진상규명은 필요하다. 그럼에도 감사원의 감사 착수에서부터 중간발표에 이르기까지 과정의 문제점은 짚지 않을 수 없다.

감사원은 감사 착수 당시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아 위법 논란을 빚었다. 감사원은 서해 사건은 감사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한 ‘주요 감사’가 아니라 사무처가 위임해 처리할 수 있는 ‘상시 공직감찰’이라는 군색한 해명을 내놨다. 이 와중에 유병호 사무총장이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에게 ‘업무보고’에 가까운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정치감사’ 논란이 거세졌다. 그런데 감사원은 전 정권 핵심 인사 20명을 ‘사실상 고발’하는 단계에서까지 감사위원회의를 ‘패싱’했다. 감사원법 35조는 “감사원은 감사 결과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 감사원 사무처리 규칙은 “35조에 따른 고발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증거인멸이나 도피 우려가 있을 때는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단서를 뒀다. 감사원은 이 단서를 활용해 ‘수사요청’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관련자 다수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증거인멸·도피 우려가 타당한가. 서욱 전 장관은 감사원이 중간결과를 발표한 당일 오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대규모 수사를 벌이는 와중에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한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비정상적 감사행태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감사원은 사건 초반 월북 가능성을 낮게 봤던 국방부와 국정원이 “이씨가 북한에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군 당국 첩보 입수 이후 이씨 월북을 단정지었다고 했다. 청와대 안보실은 이씨 발견 사실을 보고받고도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상황 보고만 올린 뒤 퇴근했다고 한다. 다만 감사원은 월북이 아니라는 구체적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서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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