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조원+α 공급, 적기에 꼭 필요한 곳에만 집행해야

정부가 50조원 이상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채와 단기자금 시장 경색을 해소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은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최근 불안감이 커진 금융시장 안정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국책은행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을 두 배로 늘리고, 채권시장안정펀드 규모도 20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연장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는 자금 지원, 자금난에 처한 우량 부동산 PF는 신용 보증을 받을 수 있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이 나온 것은 회사채 시장이 최근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이 회사채 입찰에 나섰다가 수요가 부족해 유찰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 21일 기준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 3년물(AA-급)의 금리 격차인 신용스프레드는 124bp(1bp는 0.01%포인트)로 벌어졌다. 2009년 8월13일(129bp) 이후 13년2개월 만에 가장 높고, 과거 장기 평균(2012~2021년 43bp)과 코로나19 위기 때 고점(78bp)을 크게 웃돈다. 신용스프레드가 클수록 회사채 투자가 위험하다고 여긴다는 뜻이다.

회사채 시장에 이상이 감지된 것은 레고랜드 부동산 PF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 말이었다. 레고랜드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특수목적회사가 발행한 ABCP 2050억원에 대해 보증을 섰던 강원도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것이다. 레고랜드 ABCP가 부도 처리된 뒤 CP 대량 매도가 쏟아져나오면서 CP 시장과 회사채 시장이 잇따라 마비됐다. 부실 부동산 PF가 많은 건설사와 제2금융권 일부가 곧 도산한다는 풍문까지 돌았다. 시장 불안심리가 확산되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단기자금이 부족해 우량한 기업이나 사업이 좌초하는 걸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유동성이 공급되더라도,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한 긴축기조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자금 및 신용 지원이 꼭 필요한 곳에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경기둔화는 이미 시작됐고, 집값 하락폭이 커지는 등 부동산 침체도 뚜렷하다. 호황 때 우후죽순 늘어난 부동산 PF 중 일부는 정리가 불가피하다. 이미 부실화한 사업까지 지원한다면 장기적으로 금융과 부동산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당국은 단기자금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단계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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