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의 보이콧 속에 진행된 윤 대통령 시정연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639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법정기한인 오는 12월2일 전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제와 안보가 모두 어려우니 야당도 예산처리 등 협치에 나서달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했다. 예산안 심의·처리라는 헌법적 책무를 지닌 국회의 제1당으로서 아쉬운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여권 역시 윤 대통령의 사과 거부와 전방위적 압박이 극한 반발의 원인임을 성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내년 총지출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축소 편성했다”며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건전재정은 중요하고, 불요불급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으로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건전재정만 추구하면 경제는 악순환 구조에 빠지고 민생은 더 피폐해질 수 있다. 오히려 적극적인 재정 운용과 공공지출 확대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취약계층 일자리 예산은 대폭 축소하고 종부세는 감세하면서 ‘약자 복지’를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다.

윤 대통령이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4조5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야당에 협조를 요청한 대목도 어색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방문 중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3년간 1억달러 공여를 약속한 바 있는, 바로 그 예산을 통과시켜달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회의 직후 비속어 논란을 빚었고, 대통령실은 ‘이 XX들’이 야당을 가리킨 것이라고 했었다. 비속어에 대한 유감표명은 없이 예산처리에만 협조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이날 사전 환담에서 “사과할 일이 없다”고까지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고집이다. 민주당의 보이콧도 아쉽다. 검찰이 전방위 수사로 압박하는 마당에 시정연설에 박수를 칠 수는 없겠지만, 제1야당이 정부의 예산안 설명을 아예 듣지 않은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경제·외교 환경은 악화되고, 민생은 위기에 처해 있다. 여야가 진정 현 상황을 무겁게 생각한다면 예산안 심사와 처리를 정쟁과 분리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책임감을 갖고 야당을 설득하며 예산안 처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국정운영의 책임은 여당이 지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민주당도 말로만 민생을 외치지 말고, 예산안 심사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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