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상경제회의 80분간 생중계, 문제는 정책과 실천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주재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가 80분간 언론에 생중계됐다. 회의는 경제부총리가 경제활성화 추진전략을 보고하고, 주력산업 수출전략 등 5개 분야 과제를 주무 장관이 소개하면 유관 부처 장관이 협조를 약속하는 발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상경제민생회의의 전 과정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과 적극 소통하려는 윤 대통령의 노력은 평가한다. 그러나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핵심 없이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모빌리티, 바이오 등 10개 분야를 정해 5년 동안 2조원을 투자할 예정이고, 유망 스타트업 1000개사 이상을 발굴해 육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내 인공지능 시장이 2조2000억원 규모인데, 5년 안에 3배 이상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발상은 좋은데 구체성이 없다. 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내용도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 데이터 관련 규제 개선으로 2026년까지 13조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인 미만 기업에 한해 허용되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2년 연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여야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이런 논쟁적인 정책을 어떻게 관철하겠다는 것인가. 장관들의 생각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제화가 가능할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비상경제민생회의’라는 이름과 달리 회의에서는 경제 상황에 대한 비상한 인식은 보이지 않았다. 민생 정책도 논의되지 않았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극복을 위한 새로운 대책도 없고, 김진태 강원지사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 철회로 빚어진 자금시장 경색 타개 방법에 관한 언급도 없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무주택자 등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완화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에도 담보대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 정도가 새롭다. 윤 대통령은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활동과 여러 투자가 위축되기에 각 부처가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고 수출을 촉진할 수 있는 여러 정책을 내놓고 함께 논의하고 점검하는 회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책의 적실성이고 그 실천이다.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은 쉽다. 구체성이 떨어지고 야당을 설득해 법제화할 수 없다면 이날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도 결국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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