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연대 파업 중단, 정부는 안전운임 지속·확대로 답하라

화물연대가 조합원 투표 끝에 총파업 중단을 결정한 9일 경기 의왕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투표 결과를 들은 조합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성동훈 기자

화물연대가 조합원 투표 끝에 총파업 중단을 결정한 9일 경기 의왕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투표 결과를 들은 조합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성동훈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중단했다. 화물연대는 9일 조합원 투표 결과 61.8%의 찬성률로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에 복귀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확대로 조합원 피해가 커진 데다 이달 31일로 일몰이 임박한 안전운임제의 국회 논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고육책을 택한 것이다. 전국 물류망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남은 숙제는 이번 파업의 원인을 제공하고 대화 거부로 사태를 장기화시킨 정부와 여당의 몫이다.

정부가 책임을 다했다면 이번 파업은 애당초 없었을 일이다. 화물연대의 요구는 올해 말로 사라지는 안전운임제 유지 및 품목 확대였다. 안전운임제의 취지는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해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고,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파업 당시 약속했던 ‘후속 논의’를 미루다가 파업에 임박하고서야 당정협의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부랴부랴 내놨다. 그나마 개악시킨 조항까지 포함한 채였다. 설득 노력도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며 대화를 차단했고, 국민의힘은 중재 시늉조차 내지 않았다. 실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권한이 없다’며 협상 테이블을 떴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위헌 소지가 있는 ‘업무개시명령’까지 발동했다.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며 ILO가 ‘긴급개입’에 나섰는데도 정부는 “의견 요청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자유무역협정(FTA)상 한국이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는 악수(惡手)를 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강경 탄압에 의한 파업 중단을 ‘법과 원칙의 승리’로 포장하며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제안도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한다. 화물연대가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행정처분과 손해배상 청구 등에 나설 경우 노·정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게 분명하다. 야당이 이날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 처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여권도 오판해선 안 된다. 한국갤럽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안전운임제의 적용범위 확대와 지속 시행’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48%로 절반에 가까웠다. 현 정부가 노동계 파업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51%)는 응답도 ‘잘하고 있다’(31%)를 크게 앞질렀다. ‘노조 때리기’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켰을지는 모르나 중도층의 시각은 냉랭하다. 대화로 해결하면 될 갈등을 굳이 키워서 정부가 ‘승리’하는 모양새를 만드느라 국가경제 피해가 막심하다. 안팎으로 경제위기 파고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여권은 국토교통위를 통과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에 협조하고, 품목 확대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자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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