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9일 만의 참사 추모제 울린 총리의 막말, 공개 사과하라

이태원 참사 49일째를 맞은 16일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추모제가 전국 12곳에서 이어졌다. 조계사에서 추모 위령제(49재)가 봉행됐고, 7대 종교 대표들도 녹사평역에서 추모 행사를 가졌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시민대책회의와 함께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고 명명한 시민추모제를 열었다. 이태원광장의 시민 분향소와 추모제 현장엔 희생자 명복을 비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태원의 시민 추모제는 4개 종단의 종교 의식으로 시작해 오후 6시34분에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위험 징후가 포착된, 첫 112신고 시간에 맞춰 묵념을 한 것이다. 유가족들은 추모제에서 “참사 발생 후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책임자 중 누구 하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준 이가 없다”며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이제 제대로 된 추모를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절절한 고통 속에서 희생자들을 떠나보내는 유족들의 외침에 정부와 정치권이 즉각 답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유족과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외면하는 데 그치지 않고 2차 가해를 가하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식 석상인 기자간담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참사 생존 고등학생에 대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피해자에게 비극의 책임을 돌리는 무책임한 망발이 아닐 수 없다. 참사의 수습·치유를 이끌어야 할 국무총리가 할 소린가. 그러니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한 총리는 공개 사과하고, “정부의 할 일은 모욕과 막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유족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참사 후 49일이나 지났는데 ‘책임자’는 여전히, 아무도 없다. 대통령은 전날 시민들과 소통했다는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이태원 참사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국정조사는 여당 보이콧으로 공전 중이다.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보기가 낯부끄러운 지경이다. 정부와 국회는 각성하고, 진상·책임자 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를 기억해달라”는 희생자의 절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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