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쟁 원리 도입한다는 윤석열 정부 교육, 방향부터 틀렸다

교육부가 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현 정부 교육의 밑그림이 나온 셈인데, 골자는 교육을 개혁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 원리를 도입하는 것이다. 대학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고, 교육부의 각종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기로 했다. 학교 설립과 운영에서 자율권을 주는 교육자유특구를 운영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 때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자사고와 외고는 존치하기로 했다. 교원 양성기관인 교육대와 사범대를 교육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하고,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를 추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상당한 경쟁시장 구도가 돼야만 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되고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진다”며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육은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면서도 학생 개인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어야 함에도 한국 교육은 부와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이날 공개한 정책이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 당장 자사고를 유지하고 교육자유특구를 만들면 초·중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늘고 입시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교원 양성체제 개편도 교육대와 사범대 축소 및 폐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편의 궁극적 목표는 질 높은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어떤 교사를 양성하고자 하는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학생 수 급감으로 대학을 구조조정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립대 재산 처분 유연화 정책 등은 신중해야 한다. 사학 재산도 엄연한 공공재다. 설립자가 헌납한 몫도 있지만 재산의 대부분은 정부 예산 지원과 세제 혜택 덕에 형성됐다.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법인 이사장에게 학교 재산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주는 방식은 곤란하다. 교육감 직선제는 유권자 관심도가 낮다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감을 시·도지사의 러닝메이트로 선발하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 주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게 옳다.

한국 교육은 이미 경쟁 원리에 매몰돼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이를 더 강화한다면 공교육의 틀은 더욱 훼손되고 교육 양극화는 심화할 것이다.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이 밑그림은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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