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 훼손한 ‘입시 비리’에 경종 울린 조국 1심 유죄

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자녀 입시 비리 관련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고위공직자 감찰을 무마한 것도 유죄로 판단했으나, 사모펀드 관련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봤다. 한국 사회에 공정성 논란을 촉발한 ‘조국 사태’는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유죄 확정(징역 4년)에 이어 조 전 장관의 1심 유죄 선고로 한 매듭을 짓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1부는 3일 조 전 장관이 단독으로 또는 부인 정 전 교수와 공모해 자녀 입시에 허위 문서를 만들어 제출한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대 교수이던 조 전 장관이 아들이 다니던 고교에 허위 서울대 인턴십 증명서를 제출해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한 것, 이후 진학한 미국 대학 성적평가 온라인 시험에 대리응시한 것,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허위 경력증명서를 제출한 것 모두 업무방해로 봤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일 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것도 직권남용으로 판단했다. 민정수석 당시 부산대 의전원에 재학 중이던 딸이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장학금 600만원을 받은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인정했다. 다만 ‘권력형 비리’ 논란을 낳았던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장내매수, 차명거래 등으로 부인 정 전 교수에게만 유죄를 인정했을 뿐 조 전 장관은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두 교수 부부의 입시 비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을 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입시제도는 공정성에 대한 공동체의 신뢰에 기반하는데, 대학에 몸담고 있던 두 사람의 행태는 과연 그 제도 자체가 공정한지 의문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된 사실들은, 진학 관련 미공개 정보나 네트워크에서 소외돼 있는 대다수 시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시모집 전형을 확대해가던 대학입시 흐름에 제동이 걸리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입시제도는 여전히 부유층·특권층에 유리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조국 사태는 ‘팬덤 정치’ ‘검찰 공화국’ 등 많은 논란을 수반했다. 사안의 본질은 특권층의 사회적 자본 세습에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소모적 논란을 끝내고, 더 이상 이러한 반칙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향후 특권층의 유사한 비리가 발생할 경우 이들 부부에게 들이댔던 엄격한 잣대를 똑같이 적용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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