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를 ‘적’ 지칭한 윤 대통령 전대 개입 온당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경상북도 구미시 SK 실트론에서 열린 반도체 웨이퍼 증설 투자협약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경상북도 구미시 SK 실트론에서 열린 반도체 웨이퍼 증설 투자협약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실체도 없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한 말이 5일 전해졌다. 최근 참모들에게 “윤핵관은 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쓸 말은 아니고,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이라고 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3·8 전대에서도 윤핵관을 공격하는 안철수 후보를 적으로 규정하며 직격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연합뉴스의 윤 대통령 발언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여당 전대에 직접 개입한 대통령도, 편파 시비를 불러올 대통령 발언을 흘린 대통령실도 모두 정도를 벗어났다.

윤 대통령은 안 후보가 ‘윤안연대’를 내세운 것에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당대표 선거 캠페인에 대통령을 끌어들인 데 대해 “극히 비상식적 행태”이고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라고 했다고 한다. 후보등록 첫날 안 후보 선대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 위원에서 해촉하며 보여준 안 후보 비토 뜻을 더욱 직설적으로 표출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관저에서 독대도 하고 “윤심은 내게 있다”고 한 김기현 후보나 윤핵관들의 말은 제동 걸지 않았다. 이 정도면, 윤 대통령이 친윤·비윤계를 편가르고 직접 ‘전대 링’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윤핵관을 두고 ‘실체가 없다’는 대통령의 시각은 수긍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보다도 사흘 앞서 관저에서 ‘윤핵관 4인방’(권성동·장제원·이철규·윤한홍) 부부와 비공개 만찬을 했다. 이후 윤핵관들은 3·8 전대 일정과 당심 100%로만 뽑는 전대 룰 개정을 이끌었다. 이준석 전 대표 징계·축출과 유승민·나경원 주저앉히기, 초선 50여명의 전례없는 전대 후보 비판 성명을 주도한 것도 그들이라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안다. ‘윤심’이 실린 김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에게 뒤지자 윤핵관들은 이제 안 후보 공격의 선봉에 섰다. 윤 대통령 멘토를 자처한 신평 변호사는 “안철수가 당대표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당 지도부와 선관위는 이런 친윤계의 행태를 묵과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심판’ 역할을 할 당 조직까지 기울어진 전대를 방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윤핵관 엄호는 온당치 않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줄수록 윤심들의 위세는 커진다. 공정성을 잃은 전대는 잔치가 될 수 없다. 가뜩이나 이번 전대에서는 정책·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당대표가 뽑힌들 그가 제 역할을 할지, 또 국민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윤심 시비만 과열시킬 전대 개입을 자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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