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들의 성과급·퇴직금 잔치, 사회적 책임은 잊었나

고금리 상황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은행들이 임직원들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금리 상황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은행들이 임직원들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금리 상승기에 엄청난 수익을 거둔 은행들이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원으로 전년(1조193억원) 대비 35.6% 증가했다. 퇴직자들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특별 위로금을 얹어 1인당 적게는 6억~7억원, 많게는 10억원 이상이 주어졌다고 한다. 주주 배당도 늘렸다. 2021년 기준 국내 17개 은행의 배당액은 7조원이 넘는다.

금융사들이 혁신 등으로 기존에 없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거뒀다면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근래 금융사들의 수익은 전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금리 덕에 앉은 자리에서 수십조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더구나 은행들은 예대금리 차에 따른 마진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대출금리는 빨리 올리고 예금금리는 느리게 올리는 꼼수까지 동원해 수익을 극대화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이자 이익만 39조6800억원이다.

금융은 공공성이 강한 정부 면허 사업이다. 은행이 부실해져도 안 되지만 수익만 좇아 고리대금업자 같은 행태를 보여서도 안 된다.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뜻밖의 횡재를 거뒀다면 고금리로 고통받는 대출자들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사회 지도층 인사와 명망가들로 구성된 금융지주와 은행의 이사회는 시민들에게 박탈감과 실망감을 안긴 돈잔치 결정에 거수기 노릇만 했다. 내부 감시나 통제, 자정 노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돈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은행들은 ‘관치’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번 사안은 자업자득의 성격이 강하다.

당국은 은행의 예대금리 산정 및 운용 과정을 철저히 감독해 은행의 부당한 이자 이익을 줄여야 한다. 부동산 폭등 시기에 빚을 내 집을 산 2030세대 ‘영끌족’이나 코로나19 사태를 대출로 버텨온 영세 자영업자들은 이자 부담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다. 은행은 고금리 상황에서 사상 최대의 수익을 거둔 것을 자기 성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은행도 주주가 있는 민간 기업이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벼랑에 놓인 은행들을 살린 것은 다름 아닌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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