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실의 ‘김건희 해명’, 수사 가이드라인 아닌가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 ‘매수를 유도’ 당하거나 ‘계좌가 활용’ 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판결문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치공세용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어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판결문이 공개되면서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야당의 특검 공세가 거세지자 대통령실이 적극 엄호에 나선 것으로 본다.

권 전 회장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김 여사 실명을 수차례 적시했다. 또한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2차 주가조작 시기에도 김 여사와 어머니 최은순씨 계좌가 시세조종에 활용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 요구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추미애·박범계 (법무부) 장관 시절 2년 이상 탈탈 털어 수사하고도 기소조차 못한 사유가 판결문에 분명히 드러나 있다”면서 “수사·재판 과정에서 수십명을 조사했으나, 김 여사와 주가조작 관련 연락을 주고받거나 공모했다고 진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판결문에서 주목할 것은 김 여사보다 훨씬 더 큰 규모와 높은 빈도로 거래하고, 시세조종성 주문을 직접 낸 내역이 있어 기소된 ‘큰손 투자자’의 경우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배우자는 ‘공인 중의 공인’이다. 물론 공인이라고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필요하다면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해명에 나설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직접 나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하다니. 법관이라도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검찰을 향한 ‘수사 가이드라인’이자, 여당을 향한 ‘김건희 특검 저지’ 지시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통령실은 그동안 김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은 적이 없다. 제2부속실 같은 공적 조직을 통한 체계적 보좌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외면해왔다. 그러던 대통령실이 도이치모터스 의혹 앞에선 마치 사법부라도 된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통장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을 경우 수사기관이 명의자를 조사하는 것은 통상적 수사 관행이다. 대통령 배우자라 해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검찰이 계속 미적거리면 대통령실의 ‘지침’에 따르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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