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술핵 대남 사용 노골화한 북, 즉각 독자 제재 맞선 남

북한이 20일 오전 7시쯤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올해 첫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지 이틀 만이다. 미사일은 각각 390여㎞, 340㎞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발사 직후 “최신형 다연발 정밀공격무기체계로서 적의 작전비행장당 1문, 4발을 할당해줄 정도의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전술핵 공격수단”이라고 밝혔다. 미사일의 사거리로 미뤄 전날 한·미가 전투기를 띄운 군산, 청주 공군 기지 타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 있다”며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건건이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남측도 북한의 발표가 있은 3시간 후 북한의 행동을 규탄하며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개인 4명과 기관 5개를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날 북한의 대응은 한·미가 연합훈련을 하면 군사 행동으로 맞서는 패턴을 보여주었다. 이에 한·미가 다시 대응하면서 양측이 ‘겁쟁이 게임’에서 지지 않으려는 악순환이 반복심화하고 있다.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되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남북한이 소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해에 의한 과잉대응 가능성이 상존하고, 이것이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이날 북한은 전술핵 무기를 남측을 향해 쓸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아무런 제어장치 없이 방치하게 되는 것도 우려스럽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아직 정상각도 발사 등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실증하지는 못하고, 남측을 겨냥한 전술핵 무기도 소형화에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발사 실험을 거듭하면 그런 단계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북한 지도부는 강경 대응만이 내부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럴수록 인민 생활을 개선하고 국제사회의 정상국가로 가는 길은 더 멀어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남측도 이런 상황에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장 이날 보수당 내부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제기됐는데, 이런 식의 대응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내달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된 뒤 벌어질 일이 걱정스럽다.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그와 별도로 대화 재개를 위한 외교적 시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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