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문투성이 후쿠시마 수산물 뒷북 대응, 진상·대책 밝히라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인도·태평양 지역회의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인도·태평양 지역회의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30일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높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불가 입장을 확인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간 관련 보도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며 얼버무려왔던 대통령실이 회담 2주가 지나서야 강경 입장을 밝힌 것은 의문스럽다. 대통령실은 뒷북대응에 나서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후쿠시마 수산물의 국내 유입을 막을 구체적 대책을 밝혀야 한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민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가부 확인도 미루다가, 회담 2주가 지나서야 ‘결코 없다’고 하는 건 신뢰할 말인지 의심케 한다. 일본 교도통신은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 이틀째인 지난 17일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와 누카가 후쿠시로 전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구체적 발언이 보도되며 여론이 더 악화되자, 등 떼밀리듯 파문 진화에 나선 것 아닌가.

대통령실은 이런 해명을 대변인실 명의의 문자메시지로 했다. 그러나 국민 건강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를 ‘두 줄 공지’로 해명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스가 전 총리가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해 어떤 요구를 했고, 윤 대통령이 어떻게 답했는지 대통령실의 책임있는 인사가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면담에 배석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교도통신이 보도한 대통령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면 정부는 공식 항의하고 정정보도를 받아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외교난맥도 짚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정상회담이 20여일 남은 시점에 의전비서관·외교비서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까지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의 일방적 양보로 끝난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에도 먹구름이 드리웠지만, 대통령실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북한의 잇단 무력도발로 안보 불안도 고조되는 마당에 외교안보라인 공백과 혼선이 빚어졌으니, 유감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 대통령은 외교난맥상으로 국민들을 불안케 한 것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전후 상황과 경위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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