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전자 ‘어닝쇼크’가 한국 경제에 던지는 과제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19.0%, 영업이익은 95.8% 감소했다. 주력인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의 적자가 났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 대응 차원에서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공급을 줄여 반도체 가격 하락세를 진정시키면 삼성전자의 단기 수익성은 개선되지만 중·장기적 시장 지배력은 약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도 ‘어닝쇼크’(예상 밖 실적 악화)를 기록했지만 당시엔 생산·공급량 유지로 위기를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이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3개월 새 시장 상황이 더욱 나빠지자 감산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로 경상수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를 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5억2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 1월 42억1000만달러 적자에 이어 경상수지 두 달 연속 적자는 2012년 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서 지난 30여년간 줄곧 흑자를 냈던 대중 무역도 지난 1~2월 적자 규모가 50억달러를 넘어섰다.

문제는 반도체 수출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엔 중국 기업들이 한국 반도체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였는데 미·중 갈등이 고조된 탓에 국제 간 교역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 경상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 국가 신인도가 낮아지고 외환시장에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경제 전반에 악순환을 가져온다. 정부는 하반기에 수출이 살아나 연간 기준으로는 200억달러의 흑자를 거둘 것으로 보지만 이런 낙관론이 오히려 더 불안을 키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은 투자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한국은 특정 대기업과 품목에 ‘올인’을 하다시피 해왔고, 지금 그 후과를 호되게 치르고 있다. 국제시장의 반도체 수요 증가와 가격 반등만 바라보는 ‘반도체 천수답’ 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을 분산해 다양한 기업과 품목을 육성하고,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교역 시장을 확장하는 일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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