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유족에 “대화 끊겠다”는 서울시 강제철거 예고인가

서울시가 서울광장의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72㎡)를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2월4일~3월6일 사이 이용료 조로 변상금 약 2900만원을 부과했다. 유가족과의 대화 중단도 선언해 행정대집행(강제철거)에 들어갈지도 주목된다. 유족 측은 분향소 사수 의지를 굽히지 않아 서울시와 협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참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가 법을 내세워 추모를 가로막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분향소 설치 문제를 유가족과 끝까지 대화로 풀어야 한다.

서울시는 “유족 측과 16차례 면담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대집행을 위한 실질적 행동 수순에 들어갔다. 그 근거로는 봄철 서울광장에서 여러 프로그램이 예정돼 시민에게 서울광장을 온전히 돌려줘야 함을 들었다. 분향소 운영이 ‘관혼상제’에 해당돼 허가·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유족 측 주장도 서울시는 근거 법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맞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입장문을 내고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조차 잊은 일방적 행정”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쏟아냈다. 유족 측은 분향소 운영 종료 시점은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향한 유의미한 진전이 있을 시, 유가족들이 결정할 것이라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분향소는 갈등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분향소 철거를 둘러싸고 유족 측과 대립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서울시는 기다렸다고 하는데 분향소를 서둘러 철거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레 묻고 싶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사과·문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분향소를 접고 서울시가 마련한 추모공간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어느 유족이 지금 수용할 수 있겠나. 서울시는 유가족과 16번이 아닌 100번이라도 대화해야 한다. 마침 야 3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다음주 중 발의한다고 한다. 여야 모두 유족들의 한과 의구심을 풀어줄 특별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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