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성평등 인식 10년 새 최악 됐다는 유엔 보고서

한국의 성평등 인식이 심각하게 퇴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유엔 산하 유엔개발계획(UNDP)의 젠더사회규범지수(GSNI) 보고서를 보면, 조사대상 38개국의 2010~2014년 기간과 2017~2022년 시기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성별에 대한 편견 없는 인구’ 비율이 칠레에 이어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 37개국 조사에서는 성평등 인식이 가장 많이 악화된 나라로 집계됐다. 독일·일본·싱가포르를 비롯해 세계는 10개국 중 7개국꼴로 성차별 인식이 진일보했다는데, 한국은 이라크 등의 개도국보다 성평등 ‘백래시(반발 행동)’가 심한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은 것이다.

그간 일어난 일을 복기해보자. 2018년 성폭력을 공론화한 ‘미투’ 운동, 2020년 성착취 ‘n번방’ 사건 폭로를 계기로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운동의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유례없는 보건위기 속에 경제위기가 커졌고, 정치권은 2021년 대선 국면에 젠더를 불쏘시개로 써서 사회 갈등을 키우며 지지율을 높이는 전략을 썼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그 당시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처벌법 무고죄 신설을 비롯해 ‘이대남’(20대 남성)을 겨냥한 공약들을 잇따라 내놨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면서 남성 편중 내각을 꾸렸고, 3권분립을 흔들며 대법관 인사에서도 여성 숫자를 줄였다.

이런 불평등은 미래를 위협한다. 사라지는 일자리, 과열된 교육, 청년세대의 빈곤,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 ‘0.81명’까지 곤두박질 친 최악의 저출생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성평등이 선결과제인데도 윤석열 정부에선 뒷전으로 밀렸다. 27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성별 임금격차를 겪고, 출산·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의 벼랑에 몰리는 여성들은 차라리 비혼과 출산 거부를 택하는 현실이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입이 아프도록 한국은 성평등 없이는 국가소멸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데도 정부는 걸맞은 변화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로 확인된 충격적 실상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성평등 인식 개선에는 정부와 정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의 성장동력을 유지하려면 여성의 노동 참여를 늘리고, 성평등하게 돌봄 노동을 나눌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긴커녕 퇴보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사고 전환과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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