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24억 들인 ‘NEIS 오류’ 사태, 교육당국 책임 물어라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NEIS’ 시작 화면. 홈페이지 갈무리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NEIS’ 시작 화면.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22일 개통한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의 오류로 전국 초·중·고교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시스템 구축에 2824억원이 들었지만 접속 불량은 기본이고, 기말고사 시험 답안 유출이라는 심각한 보안사고까지 발생했다. 이런 답안 유출이 서울·경기 지역 등 학교에서 접수된 것만 25일 현재 10여건이다. 교육부가 기말고사 문항을 변경하라고 일선 학교에 긴급 공문을 내려보내자 전국 학교에서는 기말고사 출제를 다시 하느라 일대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인쇄한 시험지를 폐기하고 기말고사 일정을 연기하는 학교도 속출하고 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학생 성적이 이전 나이스에서 제대로 이관되지 않고, 급식재료 구입 등의 품의가 새 나이스에서 처리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 나이스의 사용자 편의성이 이전에 비해 떨어진다는 혹평도 있다.

교사들은 이번 사태가 충분히 예견됐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교사들은 학기 중 나이스 교체에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6월 하순은 기말고사·수행평가 업무가 중복돼 나이스 교체 시점으로는 최악이라고 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초등교사 19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기 중 나이스 개통에 교사 97.1%가 부적절하다고 했고, 94.5%는 나이스 도입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전 준비도 부족했다. 시스템 테스트는 개통 1개월 전에야 이뤄졌고, 핵심이라 할 성적 처리 분야는 애초 테스트 대상도 아니었다고 한다.

4세대 나이스 졸속 개통으로 전국 학교와 교사들이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교육부는 사과 한마디 없다. 교육부는 계약 업체를 통해 시스템을 점검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 정도로 사태가 수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개인 정보 유출이다. 2002년 도입된 나이스는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전국 학교를 망라한 초대형 네트워크다. 초·중·고교 1만곳의 학사·행정 자료와 재학생·졸업생 수백만명의 신상·성적·건강 같은 민감한 정보가 들어 있다. 학교 시험 답안이 빠져나갈 정도인데 개인 정보가 새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수능 ‘킬러 문항’ 배제로 가뜩이나 어지러운 상황에서 나이스 오류 사태까지 겹쳐 공교육 현장이 매우 혼란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이스 교체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 지시를 내리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 나이스 교체·혼란의 책임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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