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무처 전횡 드러난 감사원 국정조사 제대로 하라

최재해 감사원장(왼쪽)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연합뉴스

최재해 감사원장(왼쪽)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연합뉴스

감사원 사무처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 결과 시행 과정에서 주심 조은석 감사위원의 전자결재시스템 결재란을 ‘승인’으로 전산상 조작하고, 조 위원의 최종 확인 없이 감사 결과를 시행·공개했다고 인정했다. 전임 정부 인사에 대해 표적·정치 감사를 하면서 월권적 행위가 있었음을 자인한 것이다. 헌법상 독립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감사원에 더 이상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실시해 감사원 독립성 훼손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권한을 남용한 이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 전 위원장 감사 결과 보고서의) 6월9일 시행·공개를 목표로 진행했는데 주심 위원이 결재를 안 한 상태였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시스템 관리 부서에 요청했고, ‘승인’으로 뜨게 됐다”고 말했다. 사무처가 전산을 조작하고 조 위원을 우회해 보고서 시행·공개를 밀어붙였음을 실토한 것이다. 전자결재시스템 조작은 전자정부법과 형법 등을 위반한 중대 범죄다.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착수 이유, 전산 처리 과정, 공개된 보고서의 법적 효력까지 모두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

감사원의 전횡 사례는 즐비하다. 감사원은 유병호 사무총장 주도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태양광 사업,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위원장 임기가 남아 있는 국민권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KBS·MBC 등을 대대적으로 감사했다. 소리는 요란했지만 대부분 무리한 감사로 판명났다. 지난해 7월 내부 훈령인 ‘공익감사청구 처리규정’을 몰래 개정해 국무총리에게 감사청구권을 부여했고, 지난 1월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를 올해 감사하기로 결정하고도 감사 계획이 없다고 거짓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모두 진상을 밝히고 문책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국회에 ‘감사원의 불법 정치감사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독립적 헌법기관에 국정조사 칼을 함부로 휘두르는 것은 헌법 파괴 행위”라고 반발했지만,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 감사원에 ‘문재인 정부 손보기’ 표적·정치 감사를 수시로 주문한 게 국민의힘 아니었나.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감사원 사무처 전횡에 제동을 걸 때가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민주당이 지난해 최 원장·유 사무총장의 직권남용 혐의 등을 고발했지만 여태껏 손을 놓고 있다. 국회가 나서야 할 때다. 감사원의 독립성 바로 세우기와 기강 확립은 국정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야당과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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