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통위 수신료 분리징수 의결, 이 속도전 폐해 직시해야

방송통신위원회가 5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기요금과 통합징수하던 KBS 수신료를 분리징수토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실이 지난달 5일 분리징수 방안 마련을 권고한 지 한 달 만이다.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 시행된다. 1994년부터 시행된 통합징수 방식이 30년 만에 바뀌게 된다.

정부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다. 대통령실이 ‘국민참여 토론’이라는 홈페이지 요식 절차를 거쳐 분리징수를 지시하자, 방통위는 지난 16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통상 40일 이상인 입법예고 기간은 열흘로 줄였다. 당사자인 KBS 의견진술 요청, 분리징수 시 혼란을 우려하는 한전 의견은 묵살됐다.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2명이 공석인데, 정부·여당 측 위원 2명이 시행령 개정을 주도했다. 야당 측 김현 방통위원의 법률검토 요구 등도 무시됐다. 분리징수는 법 정신에도 위배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그간 통합징수 필요성과 효용성을 인정해왔다. 분리징수는 방송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이뤄져 국회도 건너뛰었다.

수신료는 공영방송 KBS·EBS 재원의 근간이다. 2021년 수신료는 6863억원인데 KBS 전체 재원의 45%를 차지한다. 분리징수로 수신료가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 KBS는 존립 위기에 처해진다. 정부는 수신료 분리징수 이유로 국민 편익과 공정성을 거론했다. 그러나 공론화 과정은 생략하고 공영방송 역할·재정에 대한 대안 제시도 없이 분리징수에만 집착했다. 수신료를 볼모로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의도 외엔 달리 볼 수 없다. 국민의힘은 KBS 2TV 채널 폐지까지 공언하고 있다. 여기에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의 방통위원장 내정설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사활을 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장악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아닌가.

수신료 분리징수는 단순히 징수 방식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은 재난·사회적 약자·교육·해외 송출 등 공익에 기여하는 프로그램과 서비스로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해야 한다. 분리징수로 수신료 수입이 줄면 상업광고 의존도가 높아지고, 콘텐츠의 질적 저하와 서비스 부실로 이어질 게 뻔하다.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영방송이 정권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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