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을 재검토한 국방부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범죄 혐의를 빼고 사실 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이첩하기로 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임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첩 대상자 중 임 사단장과 7여단장, 중대장 등 4명은 혐의 사실을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대대장 2명에게만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국방부의 재검토 결과는 ‘국방부로부터 과실치사 혐의자를 대대장 이하로 축소하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주장과 맞아떨어진다. 무리한 수색이 강행된 사태의 책임을 일선 간부들에게만 돌리고 사단 지휘부는 면책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사단장 지시사항을 보면 사병 안전보다 ‘보여주기’에 급급했고, 채 상병이 구명조끼 없이 급류에 들어갔다가 숨진 것이다. 사단장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증거다. 그럼에도 해병대 수사단이 장관 결재까지 받아 경찰에 넘긴 자료를 급히 회수해 재조사한 결론이 ‘윗선 봐주기’였던 셈이다. 더구나 국방부는 수사팀에 대해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단항명 혐의까지 씌웠다.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전개의 배후에 대통령실을 지목하는 이들이 많다.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 보고서를 결재한 뒤 하루 만에 번복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결재할 때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다. 그러다 사단장의 혐의를 지우기에 이른 것이니 축소·은폐 의혹이 가실 리 없다.
채 상병이 순직한 지 한 달여 만에 경찰수사가 시작된다. 하지만 국방부의 재검토 결과가 경찰수사에 강력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군당국의 안이한 대처로 젊은 병사가 억울하게 숨진 사태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으면 군 사기에도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다. 이 사건을 둘러싼 숱한 의혹을 밝혀내려면 경찰수사가 아니라 국정조사나 특검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