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한 검토” 시사한 시진핑, 대중 정책 정밀하게 재구성할 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3일 아시안게임 개회식 참석차 중국 항저우를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국 방문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시 주석은 올해 한국이 주최할 차례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일 협력 강화 행보에 중국이 반발하며 악화 일로를 걸었던 한·중관계가 최근 연이은 고위급 접촉을 통해 상황 관리에 들어간 듯한 모습이다.

시 주석의 방한 관련 언급을 확대 해석하기는 이르다. 한 총리는 이번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참석한 몇 안 되는 국가 정상급 축하 사절로, 잔치 주최자인 시 주석이 상대방에게 덕담으로 여겨질 말을 했을 수 있다. 중국이 미국과 전략 경쟁을 하고, 일본과 도쿄전력 오염수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상황에서 한·중관계마저 갈등을 키우지 않으려는 전술적 고려 차원일 수도 있다. 중국 정부 발표에 시 주석의 ‘방한’ 언급이 빠져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 정부는 대신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소개했다.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등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강조해 온 문제들에 대해 한국이 미국 입장에 지나치게 기울지 않기를 요구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의도가 무엇이든 한·중이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정리된 대중국 정책을 갖고 있느냐이다. 정부가 국민적 동의 없이 한·미·일 3자 협력을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선택을 한 이후 ‘상황 모면용’으로 한·중관계에 신경을 쓰는 것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박근혜 정부가 미·중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 양쪽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었던 ‘시계추 외교’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라는 큰 목표 아래 주변국들을 대하는 종합적인 전략을 재검토하고, 그 안에서 한·중관계를 어디쯤 위치 지을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국민 여론을 수렴, 설득하는 게 필수적이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교역에 갖는 비중 등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취해온 입장은 지나치게 미·일에 기운 게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무엇이 한국의 종합적 국익에 부합하는지 검토한 뒤 국민적 논의를 거쳐 재구성하는 것이 주변국 압박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관되게 외교정책을 펼 수 있는 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23일 제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 항저우를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회담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23일 제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 항저우를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회담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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