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를 치를 게임 규칙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둘러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선거제 개혁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4개월여 만에 소위원회를 가동한 21일에도 여당은 비례의석을 정당 득표율로 배분하는 ‘병립형’만 고집했고, 민주당은 ‘병립형’과 ‘연동형’ 중에 어느 걸 택할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을 지역구에서 채우지 못할 때 비례대표로 충원하는 선거 방식이다. 예비후보 등록일(12월12일)이 코앞인데 거대 양당의 밀당과 기득권 야합을 언제까지 두고봐야 할지 우려스럽다.
여야는 승자독식·무한정쟁 정치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21대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의석의 50%만 보장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위성정당 창당으로 ‘말로만’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체 비례의석 47석 중 36석을 거대 정당과 위성정당들이 독식하며 연동형 비례제를 무력화한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민심이 들끓었다. 지난 2월 국회 정개특위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위성정당 창당 방지에 동의했고, 7월 헌법재판소는 “위성정당 창당으로 어떤 때보다 양당 체제가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여야도 이런 냉기류를 의식해 위성정당 방지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다시 연동형 비례제 폐지법안 5개를 발의해 선거제 논의를 퇴행시키고 있다.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민주당엔 더 큰 책임을 묻게 된다. 위성정당방지법 마련을 약속한 이재명 대표는 침묵하고 있고, 홍익표 원내대표는 “위성정당방지법 통과에 노력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선거제 개혁을 주도해온 정당답지 않은 모습이다. 민주당 의원 52명은 위성정당방지법 당론 채택을 요구했고, 국회엔 ‘국고보조금 50% 삭감’이나 ‘지역구 50% 이상 공천 시 비례대표 의석 50% 추천’ 등의 위성정당방지법이 제출돼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의지를 모아 “위성정당을 막겠다”고 선언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 정도 방지법으로도 위성정당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위성정당 창당 유인을 조금이라도 강제로 줄여야 선거제 개혁의 첫발을 뗄 수 있다. 이대로 시간만 끌면 위성정당 유혹은 더 거세질 수 있고, 한 발짝 나아갔던 선거제 논의도 원점 회귀나 퇴로밖에 선택지가 없게 된다. 선거제 개혁은 시대적 과제이고, 위성정당 방지가 정치 혁신의 시작임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