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정적 상황관리 주문을 ‘스톡홀름 신드롬’으로 모는 신 국방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정부의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는 남북합의를 남측이 먼저 깬 첫 사례’라는 경향신문 보도를 두고 “강도를 옹호하는 전형적인 스톡홀름 신드롬에 입각한 편향된 기사”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전날 군사합의 효력정지 소식을 전하며 ‘접경지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는 역할을 해온 군사합의를 성급하게 효력정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이례적 조치였고, 파장이 우려되니 안정적 상황관리를 주문하는 시각을 담았다. 신 장관 발언은 경향신문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시민들 전반을 향하고 있기에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신 장관은 보도의 사실관계가 틀렸다고는 하지 않았다. 다만 적확하지 않은 비유를 동원해 비판했다. 스톡홀름 신드롬은 인질이 극도의 공포심으로 인해 납치범에게 동조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범죄심리 용어다. 신 장관은 북한을 납치범에, 한국민들을 인질에 비유한 듯하다. 핵무장한 북한이 남측을 향해 위협적 언행을 하는 현 상황을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보다 10배 많은 국방비를 쓰고, 압도적인 미군 전력의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양쪽의 힘 관계는 그렇게 일방적이지 않다. 경향신문이 북한에 동조하지도 않는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열악하며, 핵 개발이 북한의 밝은 미래를 가져올 수 없다고 일관되게 지적해왔다.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해서도 분명한 논리로 규탄했다.

그와 동시에 경향신문은 ‘한국이 북한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평화를 지키려는 측면에서 현명한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 박수를 보내기보다, 그게 최선인가 묻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지금 한반도는 위험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정부는 이 문제에서 더 선명성을 강조할 것이고, 충돌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럴수록 누군가는 화해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스라엘 사례가 잘 보여준다. 1995년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유대계 극우파에게 암살된 이후 상황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에서 화해 목소리가 줄어들고, 대결의식이 강해져온 역사다. 그 결과가 어떤지 우리는 지금의 중동 전쟁에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막강한 군대가 있지만, 자국민 1200여명의 목숨을 지킬 수 없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이 나라 엘리트가 얼마나 자기희생을 감내할까. 적어도 신 장관은 끝까지 남아 나라를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일에도 근무 중 주식 거래를 하고 골프를 친 군인을 군령권자로 앉히려는 정부를 믿고 안심할 국민이 많을 것 같은가. 평화가 중요하다는 대전제 아래 무엇이 효과적인 방법일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정권의 이념적 지향과도 다른 목소리를 경청하며 적정한 지점에서 최소한의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 신 장관이 원하는 그 안보가 더 튼튼해진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앉아 있다.  연합뉴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앉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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