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0조 세수펑크 속 여야 ‘감세 짬짜미’ 할 땐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신혼부부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를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결혼하는 자녀에게 1억원의 추가 비과세 증여 한도를 주고, 신혼부부가 양가에서 3억원까지 증여세 없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보수여당의 찬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그동안 줄곧 “초부자 특권 감세”라며 반대해온 더불어민주당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미혼 출산 가구도 1억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물리지 않도록 혜택을 확대하는 조건으로 정부안을 수용했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인 미혼 출산 가구 지원을 더해 법 통과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겉으로는 윤석열 정부 감세 정책을 비판하면서 뒤로는 정부·여당과 손잡은 것 아닌가.

티격태격하던 여야가 합의한 건 혼인증여공제 확대만이 아니다. 기업주가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줄 때 증여세 최저세율(10%)을 적용하는 과세구간도 현행 60억원 이하에서 120억원 이하로 넓혔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도 관련 상임위를 통과했다. 하나같이 부유층에 직접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주는 정책들이다. 그렇잖아도 공시가격 하락과 기본공제금액 인상으로 지난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의 66%인 78만명이 올해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종부세액도 3조3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다주택자에게 부과된 종부세액은 지난해의 16%에 그쳤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공시가격도 올해 수준으로 묶었다. 고액·다주택 보유자들은 내년에도 감세 혜택을 보게 됐지만 그만큼 나라 곳간 사정은 어려워진다.

올해 세수 결손이 60조원에 이른다. 재정 악화로 정부의 경기 대응 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주문처럼 되뇌었던 ‘상저하고’는 물거품이 됐고, 내년 경기 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2.2%에서 2.1%로 3개월 새 0.1%포인트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포인트 올려 2.6%로 제시했다. 지금은 증세를 하고 국가 재정의 역할을 강화해 민생을 돌봐야 할 때다. 정부와 여당의 무분별한 감세 정책도 문제지만, 이를 견제해야 하는 제1야당마저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실망스럽다. 정치권 전체가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에 빠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감세 ‘짬짜미’가 심히 우려된다.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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