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방송법 또 거부권 행사, 불통·독선 국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간호법 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취임 1년6개월 만에 벌써 세 번째 거부권 행사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남발하는 건 정치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불통·독선적 국정운영이 변하지 않았음도 보여준다. 매우 유감스럽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임시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을 조장할 것”이라고 했다. 합법적 노동쟁의조차 손해배상 폭탄으로 옥죄어온 기업에는 책임을 묻지 않고, 재계 입장만 반복한 것이다. 사용자 범위를 원청 기업으로 확대하고, 파업에 대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유엔과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에 수차례 권고했고, 지난 6월 대법원 판결로 정당성이 인정됐다. 이런 법안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사법부 판단과 입법부 결정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삼권분립에 대한 심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방송3법은 KBS·MBC·EBS의 이사회 구조, 이사 추천 권한, 사장 선출 방식 등을 바꿔 공영방송에 정치권력 입김을 줄이자는 내용인데, 국민의힘도 야당 시절에 요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의지가 있다면 거부권 행사에 신중해야 했다.

거부권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국회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어 행사는 극도로 절제돼야 한다.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국회에 재의결을 요청한다면 우려 사항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통째로 거부하는 건 협치에 벽이 될 뿐이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다수 국민이 입법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매번 거부권을 휘두르는 건 정략일 뿐, 국정 책임자의 자세로 보기 어렵다. 야당이 거부권 행사에 강력 반발하면서 정국은 더욱 얼어붙게 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실을 개편했고, 다음주 총선용 개각을 할 거라고 한다. 아무리 조직을 뜯어고치고 사람을 바꾼들 무슨 소용이 있나. 윤 대통령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계속 독선적 국정운영을 고집한다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고, 국정동력이 생길 리도 만무하다. ‘2기 정부’ 출범을 앞둔 윤 대통령은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여론에 귀를 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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