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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마녀사냥 편승해 여성노동자 퇴출, ‘넥슨병’ 바로잡으라

지난달 25일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 속 ‘집게손가락’이 남성혐오를 상징한다는 남초 커뮤니티 반발이 시작되자 대형 게임사 넥슨은 이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했다. 원화를 그린 걸로 알려진 협력업체의 여성 애니메이터가 원청인 넥슨 압박에 퇴출됐고, 협력업체도 두 번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이 집게손가락 영상을 남성 감독이 제작했고, 넥슨이 8차례 이상 검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형 게임업체가 남초 커뮤니티의 ‘마녀사냥’에 굴복해 여성노동자 일자리를 위협한 갑질이 또 발생한 것이다.

이 사태는 영상 속 여성 캐릭터가 0.1초 동안 엄지와 검지를 오므린 동작이 발단이 됐다. 여성주의 사이트 ‘메갈리아’에서 유래한 집게손가락은 남성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 동작이 공개되자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페미들이 은밀하게 남성혐오를 숨겨놨다”며 반발했고, 넥슨 협력업체 여성 애니메이터가 지목됐다. 과거 “페미니스트 활동이 사그라든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썼던 소셜미디어 게시글이 온라인에 유포됐기 때문이다. 페미 낙인이 그를 집게손가락 논란 당사자로 둔갑시켰고, 끝내 퇴사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영상은 협력업체 40·50대 남성 감독들이 제작했고, 원화작업·촬영 등 단계마다 넥슨이 검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 영상 총감독은 “감독 의도에 반하는 특정 장면을 애니메이터가 일부러 삽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남성혐오도, 협력업체의 고의적인 작업도 없었다는 말이다.

이 사태를 키운 원청 넥슨의 직무유기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페미 몰이’를 방조해 여성노동자 노동권을 보호하지 않은 일차적 책임은 넥슨에 있다. 넥슨은 2016년 게임 ‘클로저스’의 여성 성우가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등 게임업계 사상 검증과 혐오를 유발해 온 기업으로 비판받았다.

게임업계 성차별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기업에 있다는 것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도 규정돼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권고한 바 있다. 넥슨은 극단적인 남성들의 억지 민원에 동조해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을 침해한 데 대해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반인권적 사태의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정부도 반복되는 게임업계 여성혐오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집게손가락’ 논란이 인 던전엔파이터 ‘마계 화합’ 한 장면 (좌)와 해당 장면 콘티(우).

‘집게손가락’ 논란이 인 던전엔파이터 ‘마계 화합’ 한 장면 (좌)와 해당 장면 콘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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